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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B급 며느리/선호빈, 며느리는 시댁의 최하 말단 하인??


"며느리"?

이 세 글자를 이해 하기 위해 사전적 의미를 찾아 봤다.

국어사전에 며느리는 [명사]: 아들의 아내를 이르는 말. 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가로 식부[婦] 자부[婦]라고도 한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 어디에도 며느리는 시댁의 최하 말단 하인(영화中 시댁 고모 인터뷰에서) 이며 시댁 가서는 이거 해야 되고 저거 해야 된다고 표기되어 있지 않다.

즉, "며느리"라함은 일종의 호칭에 불과 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회사처럼 직책에 따른 책임이 주어진 것도 아니며 업무 완성에 대한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며, 

소위 어른들이 말하는 "해야 할 도리"가 별도로 부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말 낮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틈을 타서 무료 영화 사이트를 뒤적이다 <B급 며느리>라는 영화 제목이 눈에 들어 왔다.

며느리라는 글자만 봐도, 시월드의 "시"자만 봐도 거의 99.9%의 며느리들은 공통으로 시어머니의 존재를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된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존재 자체 만으로도 안절부절하게  만든다.

그렇게 본능에 이끌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시작부터 여주인공인 B급 며느리의 멘트는 강렬했다. 

"완벽한 추석을 보냈어요! 왜냐면 시댁에 안 갔거든요. 하하하 "

다음으로 바로 침울한 표정의 시어머니 컷이 등장한다.

"며느리가 글쎄 명절인데도 집을 안 와요... 내가 바라는 건 1순위로 시아버지랑 내 생일을 며느리가 챙기는 거....." 

말을 하다가 감정에 북받쳤는지 눈물까지 훔치신다.

사실 감독을 맡은 선호빈 감독은 영화 속 B급 며느리의 남편이자 시어머니의 아들이다. 가운데 선호빈 감독이 <B급 며느리>의 시나리오로 영화제 응모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그 중 참으로 짠한 대사가 들린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끼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상담 의사는 전형적인 고부 갈등의 피해자라고 진단을 했다."

객석에서 깔깔깔 웃음소리가 들려 온다. 사람들은 공감 돼서 일가? 아니면 그냥 우스워서 일가? 아이러니하다... 당사자는 심각한데 말이다.

아무튼 영화는 전반에 걸쳐 시댁의 하인이길 완강히 거부하는 며느리와 시집왔으면 시집에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영원히 고통 받는 남편이자 아들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의 팽팽한 대립을 보여준다.

B급 며느리는 이상한 며느리가 아니다.

직설 화법으로 자기의 권위를 주장하고 인격을 중요시 하는 고리타분한 옛날 방식이 바뀌길 바라는 사람이다. 


대개 "며느리를 들인다."  "딸은 출가외인 이다."고 말한다. 

애지 중지 키우던 딸이 결혼해서 독립해 나가면 당연히 출가외인이 맞다. 하지만 여기서 집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시댁으로 출가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동반자를 찾아 새로운 가정이라는 공동체로 출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며느리를 내 식구로 들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아들을 출가 시킨다고 생각 하는 게 맞다. 부모 품을 떠나 각자 인생의 동반자를 찾아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이 결혼이다.

그러므로 자식이 결혼하면 담대하게 놔줘야 하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하는 마지막 미션 이다. 

결혼해서 새 가정을 꾸린 자식을 더 이상 예전처럼 부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제부터 자식을 그리고 그의 동반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해 줘야 하며 남의 가정에 함부로 끼어들어 훼방을 놓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위가 아내의 본가에서 대접 받는 것처럼 며느리도 시댁에서 손님 대접을 받아야 한다. 

사위는 친정에 가서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음식을 하지 않는다, 며느리도 시댁에서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며느리도 친청 부모한테는 금지옥엽 귀한 딸로 자랐기 때문이다. 

엄연히 내 자식이 아니고 수십 년을 다른 가정의 공동체에서 생활해 온 사람을 결혼 했다는 이유 만으로 더욱이 며느리라는 이유 만으로 나의 공동체에서 막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면 영화<B급 며느리>처럼 서로가 극단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 일정 거리를 두고 왕래를 해야 자식들은 진정한 독립을 얻을 수 있고 책임감이 뭔지를 배울 수 있으며 부모님을 더욱 공경하게 될 것이다. 

<B급 며느리> 처음에는 웃으면서 볼 수 있다.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영화이며 

어쩜 세상 모든 며느리가 좀 더 편한 좀 더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B급 며느리>처럼 자기만의 방식으로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